삼성 vs LG, 가전 구독 전쟁 본격화: 이제 가전도 ‘소유’가 아닌 ‘경험’이다
가전제품 구매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제품 구매 초기 비용의 부담을 대폭 낮춘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키며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으며, 이 중심에 가전 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LG전자가 올해 구독 매출 2조 원을 전망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삼성 LG 가전 구독 경쟁 본격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습니다.
가전 ‘구독’ 서비스,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
과거 가전제품은 한 번 구매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내구재’이자 ‘소유’의 개념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소비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최신 프리미엄 가전을 선뜻 구매하기에는 초기 비용 부담이 크고, 한 번 구매하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으로 교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가전 구독 서비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소비자의 불편함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월정액을 내고 제품을 빌려 쓰는 개념을 넘어,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와 소모품 교체, 성능 업그레이드까지 제공하며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수기 필터 교체나 공기청정기 클리닝, 세탁기 통세척 등 개인이 직접 챙기기 번거로운 유지보수 서비스를 전문가가 알아서 제공해주기 때문에 소비자는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나누어 내는 할부 구매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고객 경험을 선사합니다.
특히 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유에 대한 부담 없이 최신 기술을 마음껏 누리고, 약정 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제품으로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이처럼 가전 구독 서비스는 높은 초기 비용이라는 진입 장벽을 허물고, 지속적인 관리와 업그레이드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소비 트렌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단발성 판매 수익이 아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Recurring Revenue)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vs LG전자 ‘UP가전’, 구독으로 맞붙다
가전 구독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고 시장을 주도해 온 것은 LG전자입니다. LG전자는 정수기를 시작으로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등 생활가전 전반에 걸쳐 구독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하드웨어 렌탈과 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UP가전 2.0’을 선보이며 구독 사업을 전사적 전략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3년에서 6년까지 사용 기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제품 관리는 물론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로 구독할 수 있습니다.
LG전자는 이러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구독 사업 매출이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2030년까지 구독 사업을 포함한 비(非)하드웨어 매출 비중을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는 LG전자가 더 이상 단순한 가전 제조사가 아닌, 고객의 삶 전반을 케어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LG전자의 독주에 삼성전자가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맞춤형 가전의 대명사가 된 ‘비스포크(BESPOKE)’ 라인업을 앞세워 ‘삼성케어플러스’라는 이름으로 구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삼성전자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폭넓은 제품 라인업입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대형 가전부터 주방 가전까지, 집 안의 모든 가전을 ‘비스포크’ 생태계로 묶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단순 렌탈을 넘어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을 활용한 AI 기반 맞춤 관리, 타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세제 정기배송, 청소 서비스 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LG전자를 맹추격하고 있습니다.
가전 경쟁의 패러다임 변화: 소유에서 경험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구독 서비스 경쟁 본격화는 가전 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과거의 경쟁이 더 좋은 성능, 더 아름다운 디자인의 ‘하드웨어’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제품을 사용하는 전 과정에 걸쳐 고객에게 어떤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 번 제품을 판매하고 나면 고객과의 관계가 단절되던 과거와 달리, 구독 서비스는 최소 3년에서 길게는 6년 이상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만듭니다. 이는 기업이 고객의 제품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차기 제품 기획에 반영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을 얻게 됨을 의미합니다. 즉, 고객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양사의 경쟁은 개별 제품을 넘어 ‘스마트홈 플랫폼’ 생태계 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와 LG전자의 ‘LG 씽큐(ThinQ)’는 각 사의 가전을 하나로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입니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자사 제품을 고객의 집에 들여놓을수록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앞으로는 어떤 가전제품을 쓰느냐를 넘어, 어떤 플랫폼 생태계 안에서 생활하느냐가 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입니다. 결국 이번 구독 전쟁은 미래 스마트홈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양보할 수 없는 전초전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