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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후 약국 찾아 삼만리? 재고 확인 금지가 불러온 환자 표류 사태
국민의 의료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한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약국 앱의 재고 표시를 사실상 금지하는 또 다른 법안이 발의되며 제도 안착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진료 후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여러 약국을 전전해야 하는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약국 재고 확인 금지 비대면진료 후 약국 표류’라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비대면진료의 핵심 가치인 ‘편의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기대 속 제도화의 문턱 넘은 비대면진료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한시적으로 허용된 이후, 그 필요성과 효용성을 인정받아 제도화의 길을 밟게 되었습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도서·산간 지역 주민, 거동이 불편한 노인 및 장애인, 그리고 경증 질환을 앓는 만성질환자들에게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환자들은 더 이상 병원 방문을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하거나, 먼 거리를 이동하는 수고를 겪지 않아도 됩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의사의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화는 단순한 편의 증진을 넘어 국가 전체의 의료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경증 질환 환자들이 비대면진료를 통해 신속하게 상담 및 처방을 받게 되면, 대형 병원의 외래 진료 혼잡도를 낮추고 중증·응급 환자에게 의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의 관리 효율성을 높여 질병의 악화를 예방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민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비대면진료의 제도화는 환자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래 의료의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장밋빛 전망은 ‘처방약 수령’이라는 마지막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플랫폼 종속’ 우려, 약국 재고 연동 금지 법안의 등장
비대면진료의 순기능에 대한 기대감 이면에는 약사 사회의 깊은 우려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한 약사 단체들은 특정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약국 재고 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처방전을 특정 약국으로 몰아주는, 이른바 ‘플랫폼 종속’ 현상을 강력하게 비판해왔습니다.
이들은 플랫폼이 환자의 처방 정보를 이용해 특정 약국을 ‘성지 약국’으로 만들고, 나머지 약국들은 경쟁에서 도태시키는 불공정한 시장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이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배만 불리고 동네 약국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장기적으로는 약국의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배경으로, 최근 국회에서는 약사 출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누구든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약국 개설자나 의약품 판매업자의 의약품 재고를 파악하고, 그 재고 현황을 표시·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이는 사실상 ‘닥터나우’, ‘굿닥’과 같은 비대면진료 및 약국 관련 플랫폼 앱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약품 재고 확인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입니다.
약사 사회는 이 법안이 플랫폼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막고, 환자들이 자유롭게 약국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규제이기에,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불씨를 지피고 있습니다.
환자 편의 역행, ‘약국 표류’ 현상 심화 우려
두 법안의 충돌은 결국 애꿎은 환자들의 불편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비대면진료를 통해 편리하게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았지만, 정작 그 약을 어느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지 알 길이 막막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특히, 상비약이 아닌 특정 질환 치료제나 재고가 많지 않은 희귀 의약품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환자들은 처방전을 손에 쥔 채, 어느 약국에 약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돌리거나, 여러 약국을 직접 방문하며 발품을 파는 ‘약국 표류’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비대면진료의 도입 취지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문제입니다.
몸이 아파서, 혹은 거리가 멀어서 병원 방문이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려던 제도가, 오히려 ‘약국 찾아 삼만리’라는 더 큰 불편을 안겨주는 셈입니다.
심야 시간이나 공휴일에 아이가 아파 비대면진료를 받은 부모가 문 연 약국을 찾아 헤매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몇 시간씩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안타깝습니다.
결국 ‘진료는 비대면, 약 수령은 발품’이라는 기형적인 구조는 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보건의료 정책이 직역 간의 이해관계 다툼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결론: 상생을 위한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합의 시급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약국 재고 확인 금지는 각각의 명분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지만, 두 법안의 충돌은 환자 불편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약사 사회의 플랫폼 종속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환자의 알 권리와 편의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 모색이 시급합니다.
다음 단계는 국회와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동시에, 약국 재고 정보를 공공 데이터화하여 특정 플랫폼이 독점하지 않고 누구나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합니다.
환자를 중심에 둔 사회적 합의 없이는 비대면진료라는 미래 의료의 첫걸음이 시작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모두가 명심해야 할 때입니다.